이 책의 표지는 참 재미있다.
초록색 풋사과가 쪼개졌는데, 보이는 속은 누가봐도 오렌지다.
재미로 경제학 책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즘 배우는 수요.공급 함수나 한계효용 소리만 나와도 머리가 아픈데, 경제학 역시 경영학을 배울때와 마찬가지로 서평을 읽고 써 내야한다니.
그렇지만 집을 대신 팔아주기로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과연 얼마나 열심히 집값을 올릴지, 자녀를 도서관에 얼마나 자주 데리고 가면 공부를 잘 할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선남선녀들의 신상소개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경제학 책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주제라면 재미삼아 한 번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잡다한 주변 현상을 꼼꼼히 파고 든 책이다. 원제인 'FREAKONOMICS'는 '괴짜(freak)'와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다. 근엄한 경제학 교수가 다루기에는 하찮고도 유별난 주제를 택했다는 점에서 괴짜이고, 그 주제를 경제학의 치밀한 분석도구를 이용해 끝까지 규명해 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제학이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인 레빗의 호기심은 언뜻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튀는 것 같지만 실은 일정한 유형을 갖고 있다.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의 행동양식 가운데 불합리해 보이는 것들의 이면에는 찬찬히 뜯어보면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주로 범죄와 부정이 일어나는 동기와 과정을 밝혀내는데 집중된다. 그는 충분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능력만 있으면 도저히 밝혀낼 수 없을 것 같은 은밀한 시험 부정이나 승부조작도 규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시카고 교육구내에서 벌어진 시험 부정과 일본 스모선수들의 암묵적인 승부조작을 공개된 통계자료만을 가지고 밝혀냈다. 거기에는 부정과 조작을 저지를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고도의 수법이 동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