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이 이츠키 (藤正樹:ふじいいつき)가 죽은지 3년이 지났다. 그리고 3월3일의 3주년. 히나마츠리(일본전통의 마츠리중의 하나) 바로 그날, 코베(神戶)에는 희한하게도 눈이 왔다. 高臺에 있는 공동묘지도 눈 속에 파묻혀 검은 상복에도 하얀 얼룩으로 물들었다. 히로코(博子:ひろこ)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색의 하늘에서 한없이 내리는 하얀 눈은 꾸밈없이 아름다웠다. 눈덮힌 산에서 죽은 그가 마지막으로 본 하늘도 아마 이런 것이었을까.
[그 애가 뿌리고 있는 것 같네.]
이츠키의 어머니인 야스요(安代:やすよ)가 그렇게 말했다. 히로코의 시어머니가 되어있을 사람이었다. 향피울 차례가 돌아 왔다. 묘 앞에서 합장하고, 다시 그와 마주본 히로코는 묘하게도 기분이 온화한 것에 스스로도 놀랐다. 세월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히로코는 좀 마음이 복잡해졌다.
(매정한 여자라서 미안해.)
히로코가 세운 향은 순식간에 엷은 연기를 내고 있었지만, 눈 한 송이가 그 끝을 건드려 불을 꺼트렸다. 히로코한테는 그것이 그의 장난같이 보였다.
가슴이 메어왔다.향이 다 탈 동안 히나마츠리에 연관한 따뜻한 단술이 대접되었다. 참배자들도 갑자기 떠들썩하게 돼서 차종(찻잔)에 몸을 녹이며 각자 사소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이츠키의 친척이었다. 그리고 이츠키에 대해서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의 묘지를 앞에 두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無에 가까웠다. 말이 없고 달라붙기 힘든(取っ付きにくい)그의 사람됨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겠지. 젊었는데. 그들에게는 그 정도로 밖에 할 얘기가 없는 고인이었다.
[나는 단게 싫어. 매운 거 없나 입맛이 매운 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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