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죽은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치리마큰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레터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모르되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었다. 기숙생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니까 그 따위 편지도 물론 B여사의 손에 덜어진다. 달짝지근한 사연을 보는 족족 그는 더할 수 없이 흥분되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아마 까닭 없이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변이었다. 하학하기가 무섭게 그 학생은 사감실로 불리어 간다.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사람 모양으로 쌔근쌔근하며 방안을 왔다갔다 하던 그는, 들어오는 학생을 잡아먹을 듯이 노리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코가 맞닿을 만큼 바싹 다가들어서서 딱 마주친다. 웬 영문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선생의 기색을 살피고 겁부터 집어먹은 학생은 한동안 어쩔 줄 모르다가 간신히 모기만한 소리로,
“저를 부르셨어요” 하고 묻는다.
“그래 불렀다. 왜!”
팍 무는 듯이 한마디하고 나서 매우 못마땅한 것처럼 교의를 우당퉁탕 당겨서 철썩 주저앉았다가 학생이 그저 서 있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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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빈처총평
빈처(貧妻)
현진건 (1900-1943)
호는 빙허, 1920년 개벽지에 단편 '희생화'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 김동인, 염상섭과 더불어 사실주의 문학의 확립에 기여했 다. 대표작에 '빈처', '술 권하는 사회', 'B사감..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고
내가 이 책을 맨 처음 읽기 전 제목을 보고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매우 사나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감과 러브레터는 대조되는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문인지 이 책에 관심을..
B사감과 러브 레터를 읽고 현진건의 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 감상
현진건의 대표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인간의 이중적인 성격에 대한 조롱과 연민이라는 주제를 해학적으로 나타낸 소설이다.
소설에는 B사감과 세 여학생이 등장하는..
현진건의B사감과러브레터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줄거리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녀는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이 처..
운수좋은 날 운수좋은 날
현진건(1900 – 1045) 호 빙호. 경북 대구 출생. 일본 도쿄 독일어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 외국어학교에서 수학했다. 1920년 개벽에 단편소설 ‘희생자’를 발표하면서 등단. 1921년 자전적 소설 ‘..
4월이야기 4월 이야기
잔인한 달 4월에 개봉되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가장 최근작 <사월 이야기>는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완성도가 떨어져서이거나 주제가 가벼워서가 아니다. <러브레터>로 한껏 관객의 기대치를 ..
러브마크 러브마크라는 이 책은 어떤 책을 읽으면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게 읽고 서평이라는 걸 써볼수있을까 하다가 서점에서 둘러보는데 책 디자인도 단번에 눈에 띌만큼 독특하고 처음 들어보는 러브마크라는 제목과 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