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녀는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뽀쪽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 기숙생들은 오싹하고 몸서리를 칠 정도이다.
이 B여사가 하나 철저하게 미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러브 레터다. 여학교 기숙사니까 그런 편지가 상당히 많이 온다. 하루에 도 몇 통씩 죽느네 사느네 하는 러브레터가 날아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편지의 수신인인 여학생의 손에는 물론 그것이 들어가 지 않는다. B여사가 그런 편지는 가로채어 건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편지를 건네주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여학생을 반드시 부른다. 그리고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을 들볶는 것이다. 학생을 대하는 B사감의 표정은 처음부터 서슬이 푸르다. 해당 학생은 공연히 주눅이 든다. 그런 학생에게 B사감은 자초지종을 하나하나 캐어 묻는다. 학생은 물론 그런 편지 발신인과 아 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 학생을 잡고 그녀는, 어디서 만났느냐, 사내의 보는 눈이 어떻더냐 등을 미주알 고주알 캐어 묻는 것이 다. B사감의 문초는 대개 하학 후에 두 시간 이상 지속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사내를 믿지 말라는 것, 연애가 자유라 것도 악마의 소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B사감이 둘째로 싫어하는 것은 기숙사 생도에게 남자가 면회를 오는 일이다. 이 원칙에는 친부모, 동기도 예외는 아니다. 이 일 로 학생들이 동맹휴학까지 벌이고 교장의 설유까지 들었건만 그런데도 그 버릇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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