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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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에 대해
1. 序 說

인간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단 한가지 점에서만은 그 우열을 따져보아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한 인간이 얼마만한 열망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열망지수(熱望指數)를 매겨보는 일이다. 돈을, 권력을, 여인을 얻기 위한 격정으로 욕망지수를 높인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 욕망지수에 비례해서 인간은 추악해지기 일쑤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낙원의 비젼을 제시하고 인간을 보다 더 드높이고 그 낙원을 꾸미려는 열망으로 차있었던 사람은 결코 많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베토벤은 그 열망지수가 누구보다도 높은 존재였음에 틀림없다.
괴테는 베토벤의 엄청난 힘의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집중된 힘도 그의 열망에서 잉태되었다. 그의 광기(狂氣)도 그의 침묵도, 그의 전원과 자연에 대한 사랑도 그리고 집중된 힘도 모두 이 열방이라는 이름의 도가니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누구보다 더 혹심한 모순과 결함을 지녔으면서도 베토벤이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지는 것은 그가 항상 예술에 앞서 인간적으로 숭고한 영역에 도달하려는 높은 열망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스스로를 초극하려 했던 그의 음악속에는 가장 높은 정점을 쟁취하려는 얼과 넋이 마디 마디에 새겨져, 위대한 정신적 승화의 기념비와도 같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예술가로서의 베토벤보다 인간 베토벤은 한층 더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이다.
그는 어떤 대작(大作)도 하루 이틀이면 거침없이 써내고, 채 열살도 되기 전에 신기한 곡을 무수히 작곡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따위의 신동은 결코 아니었다.
‘작가란 자기가 창작한 인물을 마치 산모(産母)와 같이, 아니 산모보다도 훨씬 더 오랫동안 잉태하면서 양분을 주고 성격을 형성시키며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성장시켜야 한다’는 존 파울즈(John Fowles)의 말과 같이, 그는 한 번 잉태한 주제를 샘에서 시내로, 그리고 강물을 거쳐 바다에 이르도록,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서 발전시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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