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엽 여러 가지 일로 나라의 안팎이 몹시 소란스러웠을 때, 모기관()에 불
려간 어느 '문제 학생'은 참 엉뚱한 문제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세미나에서 산업혁
명에 대해 토론했다는 진술이 그의 심문자에게 '산업을 혁명하려는' 기도 내지는 '산업
적으로 혁명하려는' 음모로 오해되어 진땀 이상의 대접(!)을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
다.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란 말을 입에 올리면서 이 일화를 가끔 생각하는
것은 예컨대 동무라는 말이 정치적으로 이상하게 훼손된 경우처럼, 그 이름으로 인하
여 공연한 오해를 받는 사회과학의 여러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용어이기 때문이
다.
정치경제학이라는 단어는 문헌사적으로 1615년 프랑스의 앙투안 몽크레티앵이 저술
한 {정치경제학 개론}에 처름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그후 1760년대 경제학의 주도권
이 영국의 고전학파에게 이양되면서 정치경제학이란 이름도 수출된다. 요즈음 같으면
저작권이니 상표권이니 하는 야박스런 분쟁이 틀림없이 일어나겠지만 당시만 해도 공
부하는 사람들의 심성이 그렇게 영악스럽지가 않아서 그랬는지 별 시비가 없었고, 여
하튼 그 이후 정치경제학은 인간과 사회의 생산과 소비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학문의
명칭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정치경제학의 '정치'는 물론 경제현실에 간섭하는 국가권
력의 의미로서가 아닌, 그 현실이 요구하는 경제정책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도식
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기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의한 정치의 유
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파 정치경제학은 데이비드 리카도 등의 탁월한 기여로 대략 1870년대까지 배타
적인 권세를 누렸으나, 그 이후 이론 자체의 결함과 사회경제 상황의 변동으로 '좌와
우'의 협공을 받아 권불백년(權不百年)의 운명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 좌측으로부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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