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분단과 내전 등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한 '우경 반쪽 불구화'된 이데올로기적 지형속에서 지배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허둥대던 한국 사회과학은 80년대 들어 민중들의 투쟁에 힘입어 그 경직된 이데올로기적 지형이 조금 누그러지면서 민중적, 민주적, 민족적인 사회과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힘겨운 걸음마를 계속하여 왔다.
특히 정치학의 경우 국가권력의 문제를 직접 다루어야 하는 주제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 비해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서구의 탈 역사적이고 현상 유지적인 구조기능주의와 서구 중심적인 발전론의 무비판적 수용에 의해 소극적으로는 정치학의 '탈정치화'에 의한 비판의식의 마비가, 적극적으로는 개발독재 논리의 옹호가 정치학의 주된 기조가 되어 왔고 우리의 문제와 가장 밀접한 주제인 한국정치는 금기시되어왔다.
80년대 들어 진보적 사회과학의 부활 내지 복원의 조류속에서 정치학의 분야에 있어서도 '과학주의'의 이름 아래 실종되었던 국가론의 부활 ,한국 현대정치사의 민중적 시각에서의 재조명 등 정치사상, 정치이론, 국제정치론, 한국정치론, 지역정치론 등 각 분야에서의 진보적 정치학의 체계화를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중의 하나로 대학에 정치경제학이라는 강좌가 개설되고 또한 학생들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었다. 이 과목은 정치학과와 경제학과 둘 중의 하나 또는 둘 다에 개설되면서 그 소속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는 개설된 정치경제학이 가지는 특수성 즉 마르크스 이론의 대학내로의 수입을 위한 창구로서의 과목 개설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지형이 조금 누그러졌다고 하나 마르크스주의 정치학 또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는 강좌가 개설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경제학을 엄밀한 의미로는 경제학으로 봐야하지만 '정치과정과 경제과정의 상호관련성을 다루는 사회과학'이라는 이름 그대로의 <정치학 + 경제학> 이라는 학문의 성격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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