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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존재의 부정에 기인하는 것 같다. 원하지 않지만 일어난 일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물론 문제는 존재의 부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부정하려는 집착에 문제가 있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순기능도 한다. 내가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를 부정함으로써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찾도록 자신을 유도한다. 만약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더 커진다. 그래서 정목 스님은 그것들이 일어설 때 거기에 저항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 고통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고 일어서는 것이다. 고통은 내가 누르면 반작용으로써 나를 누른다. 반면 내가 고통을 받아들이면 고통은 반작용으로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긋이 바라보며 그들을 향해 화가 났구나.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하며 토닥거려 주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화는 저항할수록 커지지만 토닥거리면 사라지는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뜻의 하심(下心)은 감정을 억지로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오는 감정을 그 느낌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화가 나면 화나는 그 감정을 향해 화라고 이름을 붙이고, 짜증이 나면 짜증나는 그 감정을 향해 짜증하고 이름을 붙이고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화와 짜증은 줄어든다. 그래서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그쪽으로 흘러가는 에너지를 차단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