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로부터 굴곡이 심한 인생 역정을 듣거나, 그러한 실화(實話)를 적은 글을 읽을 때 불현듯 소설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원일 선생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읽게 된 그의 산문집(『사랑하는 자는 괴로움을 안다』,『삶의 결, 살림의 질』, 『마추피추로 가는 길』)을 덮고 나서 필자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거기에 편편이 실린 그의 성장사, 가족사는 그 자체로 영락없이 한 편의 소설이었고, 오히려 잘 빚어진 그것보다 더한 감동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동은 인터뷰를 마친 지금까지도 여진처럼 남아 있다.
그 시절을 거쳐온 사람들치고 누군들 그만한 고생을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작가 김원일의 경우 그것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분단이데올로기의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데 있다. 그의 성장 과정의 한복판에는 아버지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의 아버지는 「미망」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등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듯이 사상에 미쳐(「어둠의 혼」) 좌익활동을 하다가 6․25 때 잠적해 버렸다. 따라서 그의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힘들게 가계를 꾸려나갔고, 그 또한 신문팔이․신문 배달원 노릇을 하며 학비를 벌어야만 했다. 더욱이 그의 어머니는 남편으로부터 받은 소외감과 전쟁으로 겪은 고생 탓에 모진 여자로 변해(『사랑하는 자는 괴로움을 안다』) 그를 무섭게 닦아세웠다. 아버지 없는 가정의 장남이 떠맡아야 할 의무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김원일은 삶이 괴로웠다. 그래서 태어나지 않은 상태나 빨리 늙어 노인이 되기를 원했다.(앞의 책)고 술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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