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 있어서 근대로의 이행이 수행된 중요한 시기를 구분하고 그 역사적 특질을 논함이 이 글에 부여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세계사에서 근대를 선취한 서유럽, 특히 영국의 이행과정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잘 알려진 이행의 주요 지표들을 확인해 두는 수속이 필요한 것 같다.
1) 전통산업인 농업으로부터 공업이 분리되는 것, 특히 대중수요의 衣類工業이 농촌의 부업적 가내수공업의 지위에서 사회적 분업관계의 일환으로 분리되는 것이 이행의 가장 기초적 국면이었다. 농-공의 분리에 따라 상품생산․교환이 불가역적으로 확대되고, 지역 간의 특화를 이루는 가운데, 국민적 규모의 시장경제가 성립하게 되었다.
2) 봉건적 신분제와 결합된 중층구조의 토지소유가 해체되고 배타적인 사적 토지소유가 성립하였다. 토지뿐 아니라 동산 및 知的財産 일반에서의 사유재산제도의 성립은 시장경제가 자율적인 영역으로 성립하기 위한, 나아가 근대 고유의 장기지속적 경제성장의 기본 요인의 하나인 기술혁신을 유발하는 제도적 조건이다.
3) 종교적 보편주의적 자연․세계의 질서로부터 또한 중세의 공동체적 인간관계로부터 합리적 개인이 자립적으로 분리되었다. 상품생산․교환 및 사유재산의 주체로서 이러한 근대적 개인이 추구하는 영리활동과 욕구는 종교적 윤리 내지 사회적 가치로 정당화되었다.
4) 상품생산․교환의 일반적 전개, 사유재산제도의 성립, 합리적 개인 등을 구성 요소로 하는 자율적 시장경제가 경제의 지배적 통합형태로 자리잡게 됨에 따라, 종전까지 경제의 재생산과정에서 사적으로 행사되던 폭력이 일체 추방되어 시장경제 외곽의 국가권력으로 집중 재편성된다. 그리하여 경제와 정치의 분리, 사회와 국가의 분리라는 근대 고유의 이원적 國制의 원리가 성립하는데, 그러한 정치적 변화가 집중적으로 수행된 것이 다름아닌 시민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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