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리 나라를 가리켜 ‘찬란한 文化 遺産을 가졌다’고 한다. 심지어 ‘전 국토가 博物館’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지로 그렇게 느껴 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문화 민족’이니 ‘아름다운 文化財’니 하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나 자신도 우리의 문화 유산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관심도 적었다. 觀光이나 修學 旅行 때 박물관이 日程에 끼어 있으면 재미없다고 치부해 버렸고 평소에도 ‘박물관’이란 얘기를 들으면 으레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생각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동안 우습게 생각했던 ‘옛 것’이 조금씩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찮은 붓글씨 몇 자나 다 해진 천조각의 幼稚한 그림, 그리고 닳아빠진 돌부처……. 이렇게 느꼈던 것들이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정신이나 사상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중하다는 생각은 생겼고, 비록 책에 나온 名勝地나 유적들에 다 가 보지는 못하였으나 그 아름다움과 고유의 예술성에 도취될 수 있었다.
남도의 일번지라는 강진, 해남. 실학의 선구자요, 민족의 선각자였던 茶山 丁若鏞 선생의 流配地로, 향토적 서정으로 영롱한 언어를 구사한 김영랑의 생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도 현대화가 시작되어 18년 유배객의 귀양처에 별장이나 전원 주택이 들어서 버렸고, 다산이 쓸쓸히 세월을 보내던 草堂도 이미 큼지막한 기와집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착잡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를 기리며 秋史가 쓴, 아직도 神技가 그대로인 현판이나, 다산이 남긴 장첩과 시에 여전히 면면하게 흐르는 애잔함에 형용하기 힘든 안도감과 다행스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더불어 고산 윤선도의 풍류와 서산 대사가 입적했다는 大興寺의 호방한 아늑함을 한껏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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