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언
정지용이 활동하던 시기에 함께 시작품을 쓴 시인들 중 그만큼 언어에 관심을 갖고 적확한 시어를 구사한 시인도 드물 것이다. 이 시기가 우리의 현대시가 출발하는 때였던 만큼 그의 시적 자장은 엄청난 것이다. 한국 현대시사에 있어 근대시를 현대시로 전개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그가 625전쟁 중 납북되어 월북작가로 분류됨으로서, 그의 작품도 판금조치를 당했고, 연구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금단의 작가로 취급되어 1988년 월북작가들에 대한 해금이 되기 전까지는 그에 대한 연구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는 단일한 테마로 이루어지지 않고 문학 운동이나 유파연구의 차원에서 다루어졌다. 30년대 모더니즘 시운동을 논하는 입장에서, 또는 시문학파의 시사적 의의를 밝히는 시각에서, 혹은 카톨릭 문학의 행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의 문학이 연구검토되었던 것이다. 오순옥, 「정지용 시의 변모 과정연구」,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 1990, p. 1.
본 고에서는 그의 시 세계 변화에 대하여 초기시에서는 동시의 가족애, 향수, 이국정조를 중기시에서는 사물시와 종교시 그리고 후기시에서는 동양고전 정서와 자연친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본언
1 초기시 - 동시의 가족애, 향수, 이국정조
1.1 동시
정지용의 동시 작품에는 가족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물에 대한 관심도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인은 고향을 떠나와 서울과 일본의 경도에 공부를 하였는바, 정신적 고뇌가 가장 많은 시기에 객지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시작품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들 중에서 가족의 부재, 헤어짐, 사별 등에서 오는 고독감과 상실감, 소외감 등을 다루고 있으며 오빠, 누이, 누나, 엄마, 할아버지 등의 가족이 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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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지는 西海건너
멀리 멀리 가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