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형 김현승(1913-1975)은 커피를 각별히 좋아하여 호를 다형(茶兄)이라 지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줄곧 기독교적 분위기 속에서 살았던 그는 기독교를 소재로 하거나 내면화한 시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로 그의 시에 대한 논의는 기독교적인 특징과 관련하여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그의 시를 종교시로 연관해서 생각하면 안된다. 그의 시에서 보면 절대적인 신앙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중반에 쓰여진 시들을 보면 기독교적인 신앙과 신에 대해 부정하였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굴곡진 일제 강점기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70년대 중반에 생애를 마감했다. 이렇듯 그의 시 세계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
그의 시 세계를 구분 짓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해방전과 해방 후로 구분하는 2기 구분이 있고, 초기시, 중기시, 후기시 등의 3기 구분법이 있으며, 시집 간행을 위주로 5기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는 시기별 그의 시 세계의 변모양상에 대해 나눈다.
제 1기인 1930년대에는 자연미에 대한 예찬과 동경에 대한 시가 많이 쓰여졌다. 이것은 일제 식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당시의 대부분의 시인들이 현실을 떠나 전원적 이상세계만 낭만적으로 노래했으나 이 시기의 김현승의 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민족적, 낭만적인 센티멘털리즘을 주로 한, 자연에 대한 예찬과 동경을 엿볼 수 있다.
“ 그 무렵 나의 시에는 자연미에 대한 예찬과 동경이 짙게 풍기고 있었다. 이 점 또한 그 당시 의 한 경향이었다. 불행한 현실과 고초의 현실에 처한 시인들에게 저들의 국토에서 자유로이 바 라 볼 수 있는 곳은 거기서는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자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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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 당시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흉악한 인간-일인들과 같은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하고 아름다운세계를 지향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고, 지상에서 배앗긴 자유를 광대 무변 한 천상에서 찾는 의미로 함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