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재현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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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과 재현을 넘어서
추상과 재현을 넘어서
―질 들뢰즈의 {프란시스 베이컨: 감각의 논리}1)를 중심으로

들뢰즈는 {감각의 논리}에서 일련의 철학적 개념들을 만들어 내면서 그것을 베이컨의 회화의 특수한 양상들에 연관시킨다. 그 과정에서, 들뢰즈는 베이컨의 그림들(그 중에서도 삼면화(triptyque))이 기존의 회화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지를 교향악적으로 때론 대위법적으로 기술한다. 들뢰즈가 만들어내는 개념들은 형상/윤곽/구조, 디아그람, 자유로운 표시들, 고기-되기, 증인, 리듬과 같은 것으로, 이 개념들은 반복적 소악장(ritournelle)처럼 책의 곳곳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곳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단일한 의미체계 내로 환원되거나 유기화[조직화]되기를 거부한다.

개념들로 놀이를 하듯이, 개념들로 음악을 작곡하듯이, 들뢰즈는 베이컨의 회화들을 이리저리 재구성하면서 어떻게 베이컨이 구상(figuration) 을 자신의 회화에서 극복하고자했는지 밝혀낸다. 이 글은 그 극복의 과정을 따라가며 조금씩 드러나는 들뢰즈의 현대(modern) 회화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 예술에 있어서 들뢰즈가 말하는 감각 혹은 형상 의 미학적 의의, 베이컨의 회화적 전략으로서의 디아그람 을 조명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 형상(Figure)과 감각(sensation)

들뢰즈는 이 책에서 료따르의 {담론, 형상}을 따라서 구상적인 것(le figuratif) 과 형상적인 것(le figural) 을 구분하고, 구상적인 것의 특성을 서술적(narratif)이며 삽화적(illustratif)이라고 보고있다. 회화에서 구상이나 재현(repr sentation)이 위험한 것은 외계의 이미지가 그 화면 내의 이미지와 연관되고, 그 때문에 시각(the eye)이 재인(r cognition)의 모델에 종속되면서 감각의 직접성과 강도(intensit )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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