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조선의 여장부 허난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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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조선의 여장부 허난설헌
중세 조선의 여장부, 문학가

숨막히는 유교사회의 가부장제 아래,조선의 여인들은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규중(閨中)에 갇힌 채 자식을 기르며 밥 짓기와 침선(針線)으로만 생의 기쁨을 다해야 했으니, 그 불행과 갈등의 깊이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일호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던 관습적 통념을 깨고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표현했던 ‘철(鐵)의 여인’ 도 없지는 않았다. 궁중 비극을 토로한 ‘한중록’(閑中錄)과 ‘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이다 여인의 손에서 탄생했고 , 비록 천한 기생의 신분이었으나 송도삼절(松都三絶) 황진이는 세상에 내로라 하는 남아와 시문을 주고 받으며 일생을 보낸 풍류객이었다.

이밖에 거론하지 못한 조선의 여인이 어디 한둘이랴.이 가운데 사대부 집안의 규수로 자신의 불행한 삶을 시로 승화시켰던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 1589)은 여성으로서 바다 건너 중국에까지 그 명문(名文)을 떨쳤으니,시사(詩史)에 빛나는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시객이 아닐 수 없다.

흔히,조선의 여인들을 설명할 때 ‘한’ (恨)의 정서에서 풀어 나가곤 한다.그러나 나는 허난설헌에게 ‘한’ 의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난설헌의 삶이 불행했더라도 그는 참으로 파란의 삶을 표표히 살다간 조선의 멋진 여인이었다. ‘멋쟁이 시인’ 이었다. 스물 일곱 짧은 청춘을 불사르고 그가 마지막 긴 숨을 묻은 곳은 경기도 광주 초월면(草月面) 지월리(池月里). 난설헌 시집을 옆에 끼고 그의 묘를 찾던 날은 초하(初夏)의 키높은 자줏빛 붓꽃이 하늘 끝에서 아른거리는, 꼭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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