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틀 안에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을 주저없이 포함시키는 영화인이나 영화팬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이들은 대개 '만화영화'하면 어린애를 대상으로 한 '만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갖고 있기 십상이다. 사실 우리의 애니메이션은 그 편견을 수정할 어떤 작품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행복하게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를 감상하며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세계와 접한다. 그와같은 놀라움은 일본의 미야자끼 감독의 작품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일본영화가 한국의 극장에서 공식적으로 상영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미 그의 작품에 익숙하다. 미래소년 코난이 바로 그가 1978년에 연출한 TV작품이고, 한국에서 코난은 지금도 꽤 인기있는 캐릭터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TV방송사가 만화영화를 방영하면서 여느 외화를 방영하는 것처럼 제작한 나라와 그 작품의 감독 등을 밝혔다면 (우리의 방송사는 특히 일본의 만화영화를 방영하면서 한번도 이를 자막으로 처리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내보내는 대부분의 만화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된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을 것이다. 또 우리는 이미 미야자끼 감독에 대해서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