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_데_우나무도,_『아벨_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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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_데_우나무도,_『아벨_산체스』
미겔 데 우나무도/ 『아벨 산체스』

생의 비극적 의미

류수안

나는 인간이요. 고로 사람들은 나를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을 거요. 어느 고대 로마의 희극 배우는 말하였다. 그러나 나라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리라. 나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나는 결코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생의 비극적 의미』의 첫 문장이다. 여기에서 나라고 말하는 인간은 추상적 인간이 아닌 살과 뼈의 구체적 인간이다. 모든 철학의 주어인 동시에 목적인 인간, 지옥보다 무서운 無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이 무서운 無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살과 뼈의 인간은 영혼의 불멸을 필요로 한다. 개인 의식의 무한한 지속을 갈망한다. 이것에 대한 믿음없이는 생존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내 영혼은 생명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혹은, 나를 어쩔 수 없는 고뇌에 빠지게 하며 의문을 갖게 한다.

카인 : 나의 불멸을 좋든 나쁘든 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루시터 :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카인 : 어떻게 해서
루시터 : 괴로워하면서 말일세
―바이런의 「카인」 중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죽고 싶지 않은, 우주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위하여 그 전부가 필요한 살과 뼈의 인간은 이 무에서 벗어나려고왜 라고 질문한다. 그 대답을 듣고자 한다. 끊임없이 불멸로의 비약을 시도한다. 시도하고 있는 인간의 질문 왜에 대한 대답을 우나무노는 고대 로마의 속담에서부터 근대 철학자․시인․소설가의 작품들을 인용해 가면서 『생의 비극적 의미』에 내놓고 있다. 결국 이 왜라는 질문은 다름아닌 신에 대한 질문이었다는 전제 아래 신은 곧 萬有義識, 우주의식이라고 정의한다. 무한하면서 영원한 의식, 살과 뼈의 인간처럼 고뇌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자기 존재와 같은 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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