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요. 고로 사람들은 나를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을 거요. 어느 고대 로마의 희극 배우는 말하였다. 그러나 나라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리라. 나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나는 결코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생의 비극적 의미』의 첫 문장이다. 여기에서 나라고 말하는 인간은 추상적 인간이 아닌 살과 뼈의 구체적 인간이다. 모든 철학의 주어인 동시에 목적인 인간, 지옥보다 무서운 無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이 무서운 無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살과 뼈의 인간은 영혼의 불멸을 필요로 한다. 개인 의식의 무한한 지속을 갈망한다. 이것에 대한 믿음없이는 생존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내 영혼은 생명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혹은, 나를 어쩔 수 없는 고뇌에 빠지게 하며 의문을 갖게 한다.
카인 : 나의 불멸을 좋든 나쁘든 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
루시터 : 내가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카인 : 어떻게 해서
루시터 : 괴로워하면서 말일세
―바이런의 「카인」 중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죽고 싶지 않은, 우주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위하여 그 전부가 필요한 살과 뼈의 인간은 이 무에서 벗어나려고왜 라고 질문한다. 그 대답을 듣고자 한다. 끊임없이 불멸로의 비약을 시도한다. 시도하고 있는 인간의 질문 왜에 대한 대답을 우나무노는 고대 로마의 속담에서부터 근대 철학자․시인․소설가의 작품들을 인용해 가면서 『생의 비극적 의미』에 내놓고 있다. 결국 이 왜라는 질문은 다름아닌 신에 대한 질문이었다는 전제 아래 신은 곧 萬有義識, 우주의식이라고 정의한다. 무한하면서 영원한 의식, 살과 뼈의 인간처럼 고뇌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자기 존재와 같은 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