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론으로부터 미겔 데 우나무노(서반아, 1864-1936)에 이르기까지 구약에 나오는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가 현대적 해석을 거쳐 작품의 테마로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의 원조의 씨앗으로 태어난 카인과 아벨의 형제 살인! 우리 문학에도 이 테마는 『카인의 후예들』이라는 소설에서 보듯 6․25를 통한 동족 상쟁의 뿌리로 이해된 일이 있었다.
미겔 데 우나무노의 소설 『아벨 산체스』(1928)에는 성서의 이름을 딴 아벨과 카인을 연상시키는 이름 호아낀이 등장한다. 우나무노가 아벨과 카인의 이름을 이렇게 서반아 이름으로 대치시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것은 성서의 전형에서 탈피하여 서반아의 현실과 역사속에 내재하는 질투와 증오의 문제를 다루어보고자 함에 있다. 우나무노의 카인의 이름은 호아낀 모네그로이다. 대단히 서반아적인 이름의 주인공은 평생을 아벨에 대한 질투심으로 멍든 인생을 살아간다.
이야기는 이렇다. 한 마을에 형제처럼 친한 아벨과 호아낀이 살았다. 아벨은 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호아낀은 공부는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이 둘 사이가 진짜 질투 관계로 피멍이 든 것은 미녀 헬레나를 아벨이 가로챈 뒤부터다. 가로챘다기보다는 헬레나(서반아말로는 엘레나, Helena)가 아벨을 좋아해서 그리 된 것이지만, 사실 호아낀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던 처지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