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은 1915년 3월 26일에 평양 대동군 재동면 빙장리에서 출생하였다. 하지만 해방이 된 1945년을 넘기면서부터 신변 위험을 느끼기 시작했다. 북이 공산화되자 집안이 지주 계급으로 몰렸고, 끝내는 1946년에 38선을 넘었다. 김동선, 「황고집의 미학, 황순원 가문」, 김종회 편, 『황순원』, 새미, 1998, p.326.
황순원의 소설 세계는 주제와 장르의 변화를 토대로 대체로 3단계로 구분되고 있다. 제 1단계는 6.25를 전후하여 주로 단편소설들을 발표한 시기이고, 제 2단계는 장편 『카인의 후예』(1954)에서 『日月』(1964)이 발표될 때까지를, 그리고 제 3단계는 그 이후의 활동으로 보고 있다. 위의 책, p.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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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는 1953년 9월부터 『문예』에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5회까지 연재하고 이 잡지의 폐간으로 중단했으며 나머지 부분은 따로 써두게 된다. 그 다음해인 1954년 12월에 『카인의 후예』는 중앙문화사에서 역시 김환기의 장정으로 단행본으로 상재되었다. 이 소설은 해방 직후 북한에서 지주계급이 탄압받는 이야기가 중심축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만큼 상당부분 황씨 가문의 자전적 요소들이 들어 있으며 그 일가가 월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잘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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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3 신분계층의 초월과 인도주의
오작녀와 박훈의 사랑속에는 신분계층의 차이가 초월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박훈은 오작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이것은 그가 윤리의식이나 인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음을 반증한다. 그는 자신의 옹졸함과 소극적 태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박훈의 소극적 태도는 이 작품의 결미에 이르러 적극적 태도로 전환된다. 박훈은 월남하기 위해 배편을 알아보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오작녀의 자리까지도 부탁한다. 이러한 심리상황은 박훈이 이미 오작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윤리의식까지도 뛰어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