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적 시골에 가면 꼭 마을에 팔푼에 가까운 바보가 한 사람씩 있었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알지 못할 웃음을 반쯤 씹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사랑방 식객으로 들앉아 있었다. 따로 세경을 받을 만한 머슴은 못되고, 그저 머슴들이나 아이들의 놀림감이거나 집안 심부름 정도로 밥벌이를 하는 가족 아닌 가족 한 사람, 항상 오양간이나 허청에서 졸고 있다가 누가 부를라치면 한참 뒤에야 어슬렁 어슬렁 기어나오던 누더기의 얼굴, 서반아의 현대 소설가 미겔 델 리베스의 『죄 없는 성자들』에 나오는 아사리아스가 바로 그런 스페인 판 바보 삼용이다.
서반아의 귀족 나라들이 사냥철을 위해 사용하는 산골 별장의 식객들 중에 아사리아스가 있다. 일자무식에 하루 종일 오른쪽 손톱이나 들여다보며 헛새김질로 이나 갈고 돌아다니는 얼병신이 아사리아스다. 그래도 서울서 온 도련님의 차라면 노란 걸레로 윤기가 반짝반짝 나도록 닦아놓는다든지 도련님의 새 사냥을 돕는 일에는 이력이 난 일꾼중의 일꾼이기도 했다. 도련님이 잡아온 비둘기며 꿩의 털을 뽑는 일에서부터 호리새를 길들이는 일까지 모두가 그의 전공이었다. 일이 끝나면 그는 울타리가로 가서 손에 오줌을 누었다. 손에 오줌을 주는 것은 손을 트지 않게 하는 그의 독특한 처방이었다. 오줌을 눈 뒤에 그는 손이 다 마를 때까지 서서 손을 후후 불곤 했다.
아사리아스는 '밀라나'라고 이름지어준 부엉이 하나를 기르고 있었다. 공작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부엉이는 아사리아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도련님이 잡아온 새 중에서 한 마리씩 훔쳐 자기 부엉이에게 가져다 주곤 했다. 어쩌다 하루좀 걸러 새장 앞에 가면 부엉이는 좋아서 그 큰 날개를 퍼덕이며 그를 반겨주곤 했다. 어느날 그 부엉이가 죽자 아사리아스의 슬픔은 극에 달했다. 그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건너 마을 누님집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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