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남짓하면 새로운 밀레니엄이라는 21세기이다. 우리에겐 좌절과 절망으로 시작된 20세기였다. 그리고 반이 넘어가도록 절망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껏 좌절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이상이 높은 탓인지는 모르지만 회한의 늪을 쉽게 탈출할 것 같지는 않다. 세계 질서가 다시 재편되면서 강대국들은 자기국가 혹은 자기 민족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적인 집단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토플러가 권력이동(power-shift)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듯이 서구의 강대국들은 이젠 노골적으로 자집단주의를 찬양하고 실현하려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질서재편 시도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은 협력체 내지 블록을 결성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나 교역, 문화교류 등 보다 실질적인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협력체의 결성과 파트너쉽의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있다. 대동아 공영권을 군사력으로 실천하려던 일본은 아시아 태평양경제라는 보다 광범위한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으며 1988년에 환일본해(동해)경제권을 주장하여 남․북한과 러시아를 자국의 경제영역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며 국지경제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교경제권, 환발해경제권 등 다양한 국지경제권과 함께 산동성 , 요녕성, 한국의 서해안을 연결하는 환황해경제권(1989년), 동북삼성, 내몽고, 산동반도, 몽골, 시베리아, 요동지역, 한반도, 일본열도를 모두 포함하는 거대한 동북아경제권의 구상까지 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해 90을 개최한 이후 1992년 1월 1일에는 군사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방하였다. 이 외에도 일본과 환동해경제권에 참여하고 유엔개발기구(UNDP)가 주도하여 러시아, 북한, 중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동북아지역 협력 프로젝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