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은 꽤나 유명한 작가이다. 우리는 그의 달콤한 시들을 곱씹으며 그가 매우 행복하고 낭만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를 접하게 되면 그의 꼬질꼬질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전에 그가 쓴 글을 읽고 예상했던 그의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오직 그의 겉모습을 보자면 그는 정말 거지다. 긴 머리에 듬성듬성 난 수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길거리 어디에서 마주쳐도 거지로 오해할 것이다. 이렇게 책의 첫장을 넘긴 나는 한 번의 실망으로 시작했다.
류시화 시인의 인도 여행기는 유명한 곳을 둘러보고 써대는 여행기가 아니다. 어쩌면 여행기라기 보다는 자신을 시험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보려 애쓰는 구도자의 모습을 그려낸 글이다. 책 전체의 내용은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좋은 경치를 말하기 보다 인도인들의 삶과 그들의 생각들을 시인의 경험을 통해 서술해 놓았다. 물론 류시화는 시인이기 때문에 인도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은 별로 없다. 거의 모든 글이 그가 경험한 일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해 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서술들이 오히려 인도를 정말 한번은 가봐야 하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와 함께 인도 여행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