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님’의 사상으로 일관되어 있다.따라서 우리는 그의 시를 이해하기위해 그 ‘님’이 무엇을 상징하는가를 밝혀야 한다.한용운이 이『님의 침묵』을 통하여 자신의 온갖 것을 부정하고,그 자신의 모든 영광을 바친 열광,갈망,절규,호소의 우상적 존재인 ‘님’이 무엇인가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한용운 문학의 이해를 위한 유일한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衆生이 釋迦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伊太
利다.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戀愛가 自由라면 님도 自由일 것이다.그러나 너희는 이름좋은 自
由에 알뜰한 拘束을 받지 않너냐.너에게도 님이 있너냐.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
루어서 이 詩를 쓴다.
이상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서문이다. 첫문장의 ‘님만 님이 아니라’에서 나오는 님은 보통 쓰이는 의미의 님,즉 이성간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용운은 그런 일반적인 님의 개념을 부정하고,그리워하는 대상은 다 님이라 하여, 님의 개념범주를 확대하고 있다. 한용운에게 있어서 님은 우선,조국이다. 그리고 또 님은 일반적인 개념의 愛人이고,佛(절대자)이다.愛人이란 해석은 정서적 면을 강조한 것이며,조국이란 해석은 한용운의 민족사상을 높이 평가한 것이며,佛이란 해석은 한용운의 불교사상을 중시한 것이다. 그리고 한층 심화된 해석으로는 ‘님=無我,心’이 있다.1)1) 오세영, 만해시의 역설연구(국어국문학 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