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사상은 우리 민족의 신앙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효(孝)사상이다.
물론 유교의 효사상이 우리에게 들어와 철저히 받아들여지고 실천된 것은 사실이요, 그러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유교의 효사상이 우리에게 유입되기 이전에도 우리에게는 원시종교적 샤머니즘에 뿌리를 둔 효사상이라고 이름해야 할 사상이 본래부터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 고유의 사상이 유교적인 옷을 입음으로써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승화되었다고는 할 수 있어도, 한국인의 효사상이 곧 유교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있어도, 한국인의 효사상이 곧 유교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없다.
조선총독부에서 조사한 1917년 경의 우리 나라의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 민족에게는 유교가 요구하는 실천규범으로서의 효 이전에 의식의 심층부에 자리잡은 어떤 강력한 신앙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신앙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우리 고유의 효사상이며, 그래서 효사상을 우리 전통문화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유교에서 말하는 효는 규범문화(規範文化)인 것으로 관념문화(觀念文化)인 한국 본래의 효와는 본질적인 면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그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잠깐 문화 범주 구분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맨 먼저, 유형(有形)의 물질문명을 용기문화(用器文化)하고 하는데, 각종 생활 도구를 비롯한 일체의 용품이 이에 속한다. 용기문화는 비록 적대 관계에 있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편리한 쪽으로 재빨리 흡수․동화된다.
다음으로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정신적 차원의 문화 중에서 제도․관습․법률 등과 같은 것을 교범문화라고 한다. 이것은 용기문화처럼 쉽게, 또 빠른 속도로 전수되지는 않지만 상당 기간을 교류하다 보면 역시 큰 무리 없이 우수한 쪽으로 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규범문화의 대표적인 것으로 여러 국가의 헌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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