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들어서면 한국의 근대시는 전대와는 다른 ‘현대적’인 모습들을 지니기 시작한다. 1929년을 전후하여 일본에서 외국문학을 전공하고 귀국하는 이른바 ‘해외문학파’ 멤버들이 문단에 편입되면서부터, 문학 활동에 있어서 내용보다는 기법에 관심을 두는 일군의 시인들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이들의 핵심은 단연 1930년에 출발하는 ‘시문학파’이다.
시문학은 1930년 3월 창간되었다. 이의 구성원은 박용철(朴龍喆), 정지용(鄭芝溶), 김영랑(金永郞), 신석정(辛夕汀), 이하윤(李河潤) 등으로, 이 중 정지용과 이하윤은 상당한 경력을 가진 기성 시인이며, 박용철과 김영랑은 시문학을 통해 비로소 문단에 등장하는 신인이며, 신석정은 미미한 시작 활동이 시문학에 의해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은 재등단 신인에 해당한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구성원들이 참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문학은 그 내부에 하나의 공통적 특질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반이데올로기적인 순수 서정의 추구와 시어에 대한 예술적 자각으로 이 특질은 시문학, 문예월간, 문학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문학파’의 계보 속에서 일관되게 추구되어온 관심사였다. 특히 정지용의 작품들은 전통성과 모더니즘의 경향을 동시에 지양․극복하는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의 한국 근대시를 한 단계 뛰어넘는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 낸다. 이렇게 1930년대의 한국시는 바야흐로 ‘현대적’인 특징들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그 개화의 모습은 1930년대 중반 무렵의 모더니즘 문학 운동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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