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끔은 남과 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남이 갖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갖고 자랑하고 싶을 때도 있다. 특히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고 우리라는 집단에 관한 문제가 되면 더욱 그렇다.
일찍부터 자본주의 길을 걸어온 서구 사회의 상업주의 문화 앞에서 어쩐지 위축되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도 장구한 역사와 화려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마음만은 풍족하게 살아온 민족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그러나 막상 무엇이 우리 것인가라고 말할라치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늘날과 같이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서는 문화의 고유성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양과도 확실히 다르고 중국과도 다른 우리의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 역사의 어디까지 올라가야 순수한 우리만의 숨결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 나가는 길에서 처음 만나야 하는 책이 바로 삼국유사다.
삼국유사 속에는 우리 민족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언젠가 할머니에게서 한번쯤 들었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들은 적은 없지만 구절구절이 낯설지가 않다. 그래서 삼국유사는 겨울 삭풍이 문풍지를 세차게 울리는 한밤중에 읽는 것이 좋다. 온돌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흙벽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삼국유사가 주는 신비감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 민족이 먼 옛날 도읍을 정하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녀 왔던 심성과 습속(習俗)이 행간마다 배어 있다. 그래서 나는 삼국유사를 삼국사기와 비교하여 야사(野史)쯤으로 취급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단순히 그 이전 시대를 기록한 역사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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