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의병풍에그린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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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의병풍에그린닭
병풍에 그린 닭이

계용묵

줄거리
박씨는 길쌈 잘하고 살림을 잘 꾸려 나갈 줄 안다. 그 위에 아주 무던한 부덕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통 마음이 안절부 절이다. 여느 때 같으면 넉새 삼베는 사흘이면 다 짜버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흘이 되어도 끝이 안 난다. 그녀는 남편이 코흘 리개일 때 지금의 시가에 시집이라고 왔다. 그리고는 갖가지 애를 다 써서 지지리 가난한 집을 이제 먹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 게 만들었다. 그러나 꼭 한 가지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 아기를 못 낳는 일이다. 남편의 나이는 이제 근년 마흔이다. 그녀 는 생각다 못해서 남편에게 권했다.

이전 난 아들 못 낳겠수우다. 첩이래두 얻어 보구레.

그래서 들인 소가였다. 그런데 남편은 이제 그 소가인 변씨에게 빠져서 자기 방에는 아예 얼씬도 안한다. 박씨는 생각다 못하여 시어머니에게 청해 본다. 자기도 지금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굿을 해야겠다고. 그러자 시어머니는 펄쩍 뛴다. 오히려 바람이 났냐, 화냥질을 하겠다는 거냐고 야단이다. 그러나 그녀는 단념하지 못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장농 밑에서 깊이 간수한 은으로 만든 바늘통을 꺼낸다. 그건 그녀가 시집 올 때 친정 어머니가 준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돈 2원으로 판다. 그리고 무당에게 부탁하여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굿을 드린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뒤칸께로 가서 빌고 빈다.

성주님 아무케도 자식을 낳게 해 줍소사.
시어머니 마음 고쳐 줍소사.
남편을 제 방으로 건너오게 해 줍소사.

밤에 소실인 변씨 방을 보니 남편은 거기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그날 밤 박씨는 한숨도 못 잔다. 새벽녘에 잠깐 깜박하다 가 참새 소리에 그만 잠을 깬다. 그녀는 당황해서 부엌에 들어선다. 거기서 아침을 짓고 있는 시어머니를 발견하고 질겁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밥을 짓겠다고 하자 시어머니는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고 역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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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