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갑오농민전쟁은 봉건적 모순과 민족적 모순을 극복하여 근대 사회로 나아가려는 반봉건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이었다. 19세기 이래로 누적되어온 봉건모순이 이를 계기로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변혁기에 있어서 큰 전환점을 이루는 역사적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갑오농민전쟁에서 동학의 역할을 평가함에 있어 동학교도의 종교운동이라는 견해와 동학이라는 종교의 역할을 크게 평가하지 않고 농민전쟁으로 보는 견해, 그리고 동학운동론과 농민전쟁이란 양자의 절충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은 농민전쟁이라는 견해를 지지하는 방향에서 쓰여질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주체세력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사건의 주체세력이 소빈농층 중심이라는 것이다. 19세기 이후의 지속적인 농민분해와 양반의 계층분화, 즉 양반층의 자기도태현상은 몰락 양반과 소빈농층 그리고 경영형 부농과 요호층과의 연합전선을 펼 수 있게 하였으나, 그 해결점을 찾는 과정에서는 이들 사이의 연합은 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소빈농층이 주체가 된 사회변혁운동이었다. 그들이 이런 사회변동을 일으키게 된 원인은 그때까지 누적되어온 사회경제적 모순이었고, 나아가 피지배 민중이 사회모순을 깨닫고 이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식의 성장이 내재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런 운동이 일어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19세기에 일어난 여러 농민항쟁과의 연관성 속에서 알아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봉건지배계급인 수령 향리들이 어떤 방식으로 농민을 수탈했는지, 그리고 그에따른 농민의 몰락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본다. 또한 개항과 관련해 세계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이 농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피려 한다. 그 속에서 농민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