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불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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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불총평




현진건

줄거리
시집온 지 한 달 남짓한 금년에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순이는 잠이 어릿어릿한 가운데도 숨길이 갑갑해짐을 느꼈다. 순이는 바 위가 덮친 것 같은 무게와 오장 육부를 들쑤시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는 제 얼굴을 솥뚜껑 모양으로 덮은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듯 아프니 적이하면 잠이 깨련마는 온종일 물 이기, 절구질 하기, 물방아 찧기, 논에 나간 일꾼들에게 밥 나르기에 더할 수 없이 지쳤던 그는 잠을 깨랴 깰 수 없었다. 그렇다고 혼수 상태에 떨어진 것은 아니니 '이러다간 내가 죽겠구먼! 죽겠구먼! 어 서 잠을 깨야지, 깨야지' 하면서 풀칠이나 한 듯이 죄어 붙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흙물같이 텁텁한 잠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연해 입을 딱딱 벌리며 몸을 치수르다가 나중에는 지긋지긋한 고통을 억지로 참는 사람 모양으로 이까지 빠드득빠드득 갈아 붙 이었다……. 얼마만에야 무서운 꿈에 가위눌린 듯한 눈을 어렴풋이 뜰 수 있었다. 제 얼굴을 솥뚜껑 모양으로 덮은 남편의 얼굴 을 보았다.

유 월의 짧은 밤이 다 새어서야 그 고통에서 벗어난 순이는 자기가 누워 있는 것이 그 '원수의 방'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랐다. 이 '원수의 방'이 싫어서 어제 밤에는 몰래 헛간으로 숨어서 잠이 들었는데 어느 결에 이 지긋지긋한 '원수 의 방'에 요까지 깔고 누워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또 잠이 들었다.
어서 일어나 쇠죽 끓이라는 시어미의 집이 떠나갈 듯한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순이는 몸을 발딱 일으켰다. 마치 호령에 움직 이는 군사와 같았다. 그만큼 시어머니의 호령은 무서웠다.

저녁에 안쳐 놓은 쇠죽 솥에 가자 불을 살랐다. 비록 여름일망정 새벽 공기는 찼다. 더욱이 으슥한 기를 느끼던 순이는 번쩍하 고 불붙는 모양이 매우 좋았다. 새빨간 입술이 날름날름 집어주는 솔개비를 삼키는 꼴을 그는 흥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고된 하루 밤으로 말미암아 더욱 고된 순이의 하루는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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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