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에서 근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여러 방향의 대답이 가능하다. 근대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거쳐가게 되는 역사적인 단계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인식의 중립지대에 자리한다. 그러나 근대가 하나의 사회문화적인 가치 영역에 속한다면 그 대답은 간단할 수 없다. 근대는 이미 인간의 삶을 새로운 가치로 규범화하고 있는 제도이며 이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문학에 등장하는 근대적 풍경, 그 첫 장면을 일반적으로 개화기라고 부른다. 나는 이 시기를 개화계몽 시대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이것은 문학사의 시대 구분에서 문제가 되는 시대적 순서 개념과 문학의 본질 개념을 통합하여 만들어낸 문학사적 시대 단위이다. 대부분의 문학사 연구가들은 이 시기에서부터 근대문학의 성립과 전개 양상을 역사적으로 체계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주목했던 문학적 현상은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서사 양식의 등장이다. 이식문학론을 강조했던 임화의 경우도, 문예사조의 지방성을 인정해야 했던 백철의 경우도, 모두 신소설을 한국 근대문학의 첫 장으로 기록한 바 있다. 대학이라는 제도 안에서 한국 현대문학 분야의 교과 과정을 정착시키는 데에 기여했던 전광용도 신소설 연구에 학문적인 전 생애를 걸었고, 북한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에서 주체문학의 이념을 정립한 김하명도 월북 전에 남긴 가장 대표적인 글이 신소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이 모두 신소설에 주목한 것은 신소설의 새로움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신소설의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이념에 대한 요구를 가장 중요한 서사적 특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것과 낡은 것이 대비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사회적 가치의 대립을 놓고 본다면, 새것을 추구하는 모든 개화계몽 담론 가운데 신소설은 매우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