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담론과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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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담론과 민족주의
동아시아 담론과 민족주의
― 신채호를 중심으로 ―

1. 문제의 소재

얼마 전부터 우리 학계에는 ‘동아시아 담론’이라 부를만한 논의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었다. ‘동양학의 부흥’ 혹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이라는 기치 아래 전개되고 있는 이들 논의들은 이제 발의 단계를 넘어 着根의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동아시아 담론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이같은 현상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여러 논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듯이,1)* 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
1) 그동안 동아시아 담론의 전개양상과 그 성향에 대해서는 전형준, 「같은 것과 다른 것」, 최원식․백영서 편, 동아시아인의 ‘동양’인식, 문학과지성사, 1997 참조
동아시아 담론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가 야기한 대안부재의 상황에서 자본주의로서의 근대, 나아가 서구적 근대를 극복하려는 시도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일방으로는 자본주의의 승리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근대성’ 전반에 대한 숙고를 요청하였다. 때마침 동구권의 몰락을 전후하여 집중적으로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의 저작들도 근대성의 기원과 체계를 전복적인 시각으로 파헤침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확립하는데 일조하였다. 이로부터 야기된 서구 중심주의, 이성 중심주의에 대한 회의는 그동안 서구적 가치체계 밑에서 부당하게 평가 절하되어 왔던 것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동양’ 혹은 ‘동아시아’로 관심의 물줄기를 돌려놓는데 공헌했다. 그 결과 동아시아 담론은 가깝게는 개항 이래 맹목적인 서구 추종으로 자신이 속한 지역(동아시아)에 대해 자발적인 내적 망명의 상태에 잠겨 있던 한국 지성계를 일깨우면서, 멀리는 자본주의와 근대의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 문명의 가능성도 겨냥하는 광범위한 진폭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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