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 교수의『탈춤의 미학』을 읽고 난 기분은 한 마디로 ‘한 방 얻어맞았다’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우리가 ‘탈춤’이란 우리의 민속극에 대하여 알고 있던 이론들을 하나 하나 체계적으로 분석, 기존 이론의 부당성과 오류를 지적한『탈춤의 미학』은 저자가 책 머리에 쓴 것처럼 ‘악마의 변호’이며 ‘반(反)’이라 할 만하다.
먼저 이 책은 서장 <탈춤 연구의 문제점>에서 탈춤 연구와 관련된 네 가지의 그릇된 생각, 즉 현장답사주의와 민중 콤플렉스, 문화적 국수주의와 텍스트 비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1) 탈춤 연구와 현장답사주의
지금까지 탈춤을 연구해 온 거의 대부분의 학자들은 탈춤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탈춤이 연행되었거나 현재 연행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탈춤 연구가들이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조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접근 방법이라고 믿는 데에는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탈춤과 같은 극 장르의 예술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선 직접 답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현재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는 탈춤이 본래의 것이 아닌, 매우 변질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함을 지적한다. 전승자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하여 탈춤을 연구하는 것은 그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현장 답사를 하지 말 것을 주장한 것이 아닌, 현장답사주의의 맹신을 경계한 것이다. 현장 답사도 중요하나, 그에 못지 않게 텍스트에 바탕을 둔 연구가 중요시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