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예술 감상문
전통예술에 대해 관심조차 없던 나에게 전통예술 공연은 낯선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다. 가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판소리나 국악공연을 잠시 보긴 했지만 내가 직접 공연을 찾아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통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으로까지 느껴졌다.
'이(爾)' 친구와 함께 덕수궁에서 시작돼 정동길 까지 걸어가던 길에는 가을을 맞아 예술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볼만한 공연들이 관람객을 맞기에 한창인 가운데 나는 정동극장에서 하는 '이(爾)' 연극을 보게 되었다. 전통예술에 그렇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기에 별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보고 난 후 너무나도 그 매력에 빠지게 해주었다.
전통공연은 지루하다는 편견 때문이었을까 공연장에 들어간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객석을 가득 매운 그 광경이 익숙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임금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인 '이(爾)'라는 제목 하에서 조선시대 광대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었다.
연산군의 총애를 받는 공길은 연산군에게 몸과 마음(웃음)을 바쳐 희락원 대봉이라는 종 4품의 벼슬과 비단도포를 하사 받을 정도로 최고로 잘 나가는 궁중 광대였다. 공길은 극중 대사처럼 남자이면서 남자도 아니고 여자이면서 여자도 아닌 존재였다. 그는 장녹수와 연적 관계에 있으며 동성애자의 여성적인 부분을 잘 표현하였다. 또한 부패한 권력을 향하여 목숨과 신분을 지키고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공길의 친구 장생은 광대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살아있는 정신을 느끼며 공길과 진정한 광대의 길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여 연산군에게 노여움을 사고 의로운 죽음을 택하게 된다. 이를 보며 공길은 중종반정을 앞두고 멋지게 한판 놀이를 벌이며 자신 또한 죽음을 택하게 된다. 한참을 웃으며 보다가 공길이 죽는 장면에선 어느새 눈물이 나게 하였다. 이는 공생이 광대로서 겪게 되는 고민과 모색을 보여주는 슬픈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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