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라는 그의 저서에서 20세기, 그 중에서도 1914년~1945년을 ‘파국의 시대’라고 했을 만큼, 이 시간은 우리에게 전쟁과 학살의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떠오르게 한다. 참혹한 전쟁들과 나찌의 유태인에 대한 대량학살은 인간이 다른 피조물보다 얼마나 더 잔인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려는 무대인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나고 나자, 사람들은 이러한 파국의 시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가지고 예술화 하고자 했다. 여기에서 바로 전쟁에 관한 문학이나 영화가 등장하게 되고, 이를 통해 또한 영원히 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비극적인 ‘유태인 대학살’(Holocaust․Shoah)은 그 주제 또한 많은 문학과 영화의 소재가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나찌의 폭력성, 잔인성, 배타성, 광기가 어디에까지 이르는가를 그리기를 원했고 그러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1년 뉴욕비평가협회와 이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한 아니예츠카 홀랜드의 〈유로파, 유로파〉는 이와는 다른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색다른 시각과 함께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나치의 군국주의적 야욕, 유태인 대학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되새겨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특히 36년간 일본 군국주의의 지배를 경험한 나라에 살고있는 필자에게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또 다른 큰 의미로 다가왔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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