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방영프로인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서 소개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실상 그 프로에 별반 큰 흥미는 두고 있지 않았으나, 반 아이들이 이 책을 손에 잡고 있는것이 눈에 띄어서 '티비에서 소개될 정도면 좋은 책이지 않겠느냐' 라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이다. 분명 책의 겉 표지에는 장편소설이라는 써 있지만 흔히 우리가 소설이라 부르는 것과 다르다. '작가가 꾸며낸 글' '허구성' 등 소설과 관련한 것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자서전도 아니다. 주인공이 대여섯 살부터 스무살이 될 때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소설인지 전기인지 수필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또한 개인과 이 땅의 역사가, 우리네 삶과 문화가 얼키고 설킨 것을 본다.
주인공 '나(박완서)'는 송도에서 조금 떨어진 박적골에서 코흘리개 시절을 보냈다. 그당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듯 풍성한 자연과 벗하여 살면서 야생의 시기를 보낸다. 실개천에서 물장구를 치고, 풀과 꽃을 뜯고, 산열매를 먹으며 컸다.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면서 아련한 그리움과 기다림도 경험하고, 신비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며 자라던 나는 일곱살 무렵 엄마를 따라 서울로 가게 된다. 오빠를 서울에서 학교 보내겠다며 먼저 떠났던 엄마가 나를 데리러 내려온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에 첫발을 내딛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시궁창 물이 흥건한 현저동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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