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한국사에 있어 굉장히 굴욕적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 ‘왜 우리가 이렇게 당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극드라마를 통해서 그 장면을 연상해보면 과연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토록 나약하였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렇다. 항상 우리는 불굴의 의지로 모든 것을 잘 헤쳐 나가는 민족으로 많이 묘사되었기에 더더욱 그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정묘· 병자호란과 동아시아』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 내용이 딱딱하고 지루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으나 책 한 장 두장 넘겨가면서 이게 나의 고정관념에 쌓인 선입견이었음을 알아내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말글대로 청나라와 조선의 문제만이 아닌 동아시아 즉 조선, 청, 일본 세 나라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읽어 내려가면서 맘속에 치솟는 분개는 아마도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백성들의 포로나 상상조차 안되는 핍박의 상처들이 너무도 가슴 아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매우 아프면서도 또한 그 시대의 정치를 하는자와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임금의 무능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더욱 절망감이 들었다. 반면 내가 미워하는 일본의 발빠른 대처는 역시 국익만 따지는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