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에 대한 첫번째 불만은 내용보다는 문체에 관한 것이다. 독자를 경고하느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존재와 무]는 아마도 철학에서 언급하는 텍스트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책일 것이다. 읽기 어려운 이유는 이 책의 길이와 반복적인 표현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이 철학자가 추상 명사와 포착할 수 없는 비유, 그리고 명확치 않은 역설로 단어를 즐겨 수놓는 듯한 표현 방식에서도 오는 것이다. 이것을 헤겔, 훗설과 하이덱거의 영향으로 돌린다면, 읽기 어려운 이유의 설명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사르트르가 그 철학자들보다 덜 모호하다는 데 대해서 감사를 드릴지 모르지만, 그러나 분명히 그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다 명확히, 그리고 훨씬 간결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교적 명확한 문장과 요설의 집적(集積)속에 묻혀 있는 위대한 통찰력을 발견할 때면 그는 더욱 우리를 애타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저도 모르게 이끌리는 매력을 풍기는 견해를 얻기 시작하는 것이다.
2. 사르트르 철학의 비판적 논의
사르트르 철학의 내용의 문제로 돌아가서, 첫째 어떻게 거짓 믿음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고찰해 보자. 우리는 사르트르가 개념적인 이유로 거짓 믿음에 대한 어떠한 프로이트적인 해명도 거부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어떻게 의식이 그 자신이 아닌 것일 수 있고, 또 그 자신이어서는 안되는 수가 있을까 하는 개념적인 문제에 대하여 그가 적절한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이러한 역설적 진술에 너무 쉽게 안주하는 것 같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의식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고 비역설적인 용어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힘든 철학적 과제인데도, 이것을 피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