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과거부터 먼로 독트린, 루즈벨트 추론으로 이어지는 ‘북쪽의 거인,’ 즉 미국이라는 지역 헤게모니와 식민지시기를 탈피한 이후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럽의 힘에 종속되어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하여 바르가스나 페론, 카르데나스와 같이 대표적인 민중주의적 지도자들은 강력한 민족주의와 CEPAL이 제공하는 독립적 담론에 힘입어 수입대체산업화와 석유와 같은 주요 자원의 국유화를 통하여 라틴 아메리카에 드리운 미국과 유럽의 헤게모니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자체는 수입대체 산업화의 실패와 중산층의 반발과 같은 국내적인 불안과 더불어 국제 냉전 질서에 따른 외부적인 압력으로 손쉽게 분쇄되었다. 이러한 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의 뒷마당으로 전락한 라틴 아메리카는 로스토우가 제안한 군부 주도의 근대화론과 내부적인 국가 안보 독트린에 따라 관료주의적 권위주의를 경험하고, 이는 반공의 기치 아래 대미 외교에 있어 의존도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냉전과 더불어 민주화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결합되어 일어난 국가 부도 사태는 미국이 IMF를 필두로 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내세워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강요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냉전기에 존재한 소련이라는 대안적 지원 세력조차 사라진 탈냉전 시대에는 미국의 압력에 대하여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미국에 대하여 자율성을 보여준 쿠바나 니카라과와 같은 국가들은 경제 봉쇄나 내전과도 같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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