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 사설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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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더는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한겨레] 2010-04-07 16:27

인터넷 실명제의 맹목성이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사례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부터 새로 적용되는 인터넷 실명제 대상 사이트에서 유튜브를 제외했다고 한다. 방통위는 지난해 유튜브를 대상에 넣었다가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유튜브 쪽이 한국인의 동영상 올리기와 댓글 기능을 막음으로써 실명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를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규제 정책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톡톡히 망신을 샀던 방통위는 결국 이번에 두 손을 든 것이다. 이제 인터넷 실명제는 명분도 실효성도 없음이 분명해졌다.

방통위의 유튜브에 대한 실명제 적용 및 해제 과정은 형식적으로는 나름대로 그럴듯해 보인다. 지난해에는 법률에 따라 하루 이용자가 10만 명이 넘고 한국전용 사이트 주소를 두고 있었기에 대상에 넣었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반면 올해는 한국전용 사이트 주소가 사라졌으므로 순수한 외국 사이트로 봐서 대상에서 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지난해 운영하던 한국전용 주소는 사용 편의를 위한 단순 연결고리 구실만 했고 유튜브 자체는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게다가 이용자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와 국내 동영상 서비스의 차이는 말 그대로 ‘클릭 한번 차이’일 뿐이다. 국경을 뛰어넘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비현실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튜브가 실명제의 유효성을 무너뜨렸다면, 주민등록번호 유출은 실명 확인의 근거를 허물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극에 달하면서 요즘 중국에선 한국인 주민번호 하나당 1원에 거래되는 지경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국민의 주민번호가 외부에 유출된 상황이니, 인터넷에서 주민번호만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 됐다. 실명제가 본인 확인은커녕 신분 도용의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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