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그에 따라 계속 심해지는 교통체증 때문에, 도시에 사는 사람이 주위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느낄 수 있을 그런 행복감은 애초부터 보장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따진다면, 한마디로 도시에 사람이 너무 많이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고통을 벗어나자면 대도시 사람들을 한꺼번에 지방도시 또는 농촌으로 이주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이 나가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도시의 많은 사람들로 지칠때마다 고향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이 도리어 그 많은 사람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신분이 주위에 노촐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입을 다문다면, 어떤 사람도 그 사람을 알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익명성은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익명성이 나타나는 원인과 그 특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현대 도시사회에서 익명성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 근대화 이후에 출현한 사회인 도시―물론 이전에 출현한 도시도 있기는 하다―는 이전의 전근대 사회와는 다른 근대사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익명성도 그중의 하나이므로 먼저 익명성과 관계있는 근대사회의 여러 특징을 알아보는 것이 익명성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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