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왕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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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왕신화
천지왕 신화

이 신화는 제주도에서 굿할 때 부르는 <천지왕 본풀이> 무가입니다.

인간계와 지옥계를 다스리는 신의 근원을 밝히는 내용이구요.

*

인간 세상에 수명장자라는 매우 극악무도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곧잘 괴롭히곤 하였으나, 사나운 말 아홉 마리

와 소 아홉 마리 그리고 개 아홉 마리를 기르고 있기 때문에 감히

그에게 대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수명장자가 기고만장하여 천상의 천지왕을 향하

여 소리쳤다.

이 세상에서 나를 잡아갈 자가 과연 누가 있겠느냐

천지왕은 이 말을 듣고 괘씸하게 생각하여, 일만 군사를 거느리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서 수명장자의 집문 밖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

에 앉았다. 그리고는 조화를 부려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가서 날뛰게

하고 솥과 솥뚜껑을 문 밖으로 나뒹굴게 하였지만 수명장자는 조금

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지왕은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을

수명장자의 머리에 씌워 놓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했다. 그랬더니

수명장자는 종들을 불러

내 머리가 너무 아프니 도끼로 깨쳐 버려라.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천지왕은 어이가 없어서 참 지독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두건을 도로 벗겨쓰고서 그만하면 됐으니 돌아가기로 결정

했다.

천지왕은 돌아가는 도중에 백주할멈의 집에 들려 하루만 유숙하고

가겠다고 했다.

이런 누추한 집에서 천지왕을 모실 수는 없습니다.

백주할멈은 극구 사양하면서 말했지만 천지왕은 괜찮다고 하며 유

숙하기로 했다. 그러자 밥을 할 쌀이 없어서 노파가 걱정하니 천지

왕은

수명장자의 집에 가서 쌀을 달라고 하면 이제는 줄 것이니 그것

을 갖다가 밥을 하시오.

하고 말했다. 별 수 없이 노파는 수명장자에게 가서 쌀을 얻어다가

밥을 지어서 천지왕께 드리고 일만 군사를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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