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것을 무조건 반윤리(反倫理)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아니면,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적 성과라고 무조건 경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자들의 과학적 실현의 욕구는 아무리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하더라도 이대로 자제하고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론적 가능성을 인정하는 정도에서 끝내고 더 이상 그러한 연구를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이 문제를 그냥 덮어버릴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복제를 시도하려는 과학자들의 도덕적 양심에 호소하는 도리밖에 없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인간복제가 인류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커다란 해악을 가져올 것인가를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처럼 생명의 복제가 인류의 식량자원이 될 동식물의 우량종 생산에 이용된다면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복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복제를 창안한 인간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복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반대자들의 중요한 논거가 인간의 문제 중 특히 윤리적인 문제에 있으므로 우리는 우선 인간복제가 극단적인 경우 어떠한 해악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을 윤리적인 측면에서 고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복제가 실현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 중 맨 먼저 논의되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될 것이라는 점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선 생각해 볼 문제는 오늘날 과연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하여 많이 말하지만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