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는 인간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생활의 어떠한 면에서도 해당되는 말이다. 남녀관계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나 움직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중심점이며, 이것을 덮어서 감추려는 베일 사이에서 스스로 얼굴에 나타내곤 한다.
애욕행위는 전쟁의 원인도 되고 평화의 목적도 된다. 진실의 기반이기도 하고 농담의 대상이기도 하며, 기지(機智)의 끝없는 원천인가 하면 모든 암시를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비밀신호를 보내고 말로 표현하기 거북한 프로포즈를 하며, 몰래 곁눈질하는 것 등등이 모두 애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때로는 노인들의 하루하루의 행동도 이에 의해 결정된다. 한번 이성과 관계한 자는 시간마다 성애의 문제로 고민하고, 동정(童貞)인 자도 자기의 의지에 거슬려 이것을 거듭 몽상하는 것이다. 연애가 농담의 풍부한 재료가 되는 것은, 실은 그것이 매우 엄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인간의 최대 관심사가 남의 눈을 피해서 몰래 이루어지며 되도록 완강하게 무시된다는 것은, 세상이 얼마나 기묘하고 괴상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성애야말로 이 세상의 본래의 세습(世襲) 군주이다. 조상대대로 계승되어 온 왕좌에 자기 권력의 위대함을 의식하고 도사리고 있는 성애야말로 그 높은 위치에서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로 연애를 제어하고 숨기려 하며, 적어도 이것을 제한하여 가능하면 아주 감추어 두려는 책략이나, 혹은 연애 등을 인생에 있어서 전혀 보잘것없는 외도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듯이 보이려고 애쓰는 모든 수단을 비웃고 있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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