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에서 영화로의 서사적 전이
하나의 서사물이 소설에서 영화로의 서사적 전이가 가능하다는 말은 서로 다른 두 매체가 통일한 어떤 것을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뜻이다. 이같은 서사적 전이가 가능한 것은 서로 다른 두 매체가 동일한 서사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며, 각 요소들의 공통점과 매체의 이질성 사이에서는 필연적 변화가 생긴다.
이야기(Story) 차원에서 일어나는 이 시간․공간적 변화는 매체가 가지는 내부적 특성에 의해서 보다는 전이에 참여하는 작가의 해석과 의도 그리고 그 매체가 구현되는 주변여건 등의 외부적 조건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영화의 시간적 제약이라는 조건은 장편소설의 영화화에서 사건의 축소 및 삭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적 제약은 영화매체가 가지는 특성에서 기인된 것이라기 보다는 영화가 하나의 상품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여건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T. V의 미니시리즈의 경우이다. T. V에서 원작소설(대개 장편 대하소설의 경우)을 미니시리즈로 방영함으로써 극장상영 영화의 시간적 제약에 따른 원작의 축소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담론(Discourse)의 차원에서는 순전히 매체가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 원작의 영화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며 때로 이런 변화는 양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의 결여가 낳은 결과일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반드시 작품의 예술적인 성공여부와 결부되어지지는 않는다. 3류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소위 일류의 작품성을 얻기 위해 때로는 담론 차원에서의 많은 변화가 필연적일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훌륭한 작품이란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의 탁월함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소설이 내용상으로나 형식상으로 완성도에 이르고 있을 때 소설의 영화화는 내용뿐만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이 가지는 특성과 강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 담론 차원에서의 전이에 관한 부분을 특히 슈탄젤의 중개성 이론에 근거해 검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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