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의한 인식과 구체적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인류에게 있어 사랑과 결혼, 가족이란 그다지 새삼스레 논의될만한 주제는 아니다. 물론 후천적으로 주입된 습관적 사고의 영향력에 많이 지배를 받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본성에는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꾸며진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곧잘 감동하고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 [애정마랄탕]을 보고나서 느낀 감정은 그러한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단순히 바다 건너 혹은 이 땅 끝의 저 편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하고 싸우며 또 화해하면서 그렇게들 살고 있구나, 하는 것 이상의 공감대가 영화속 주인공들과 나 사이에서 뚜렷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놀란 것은 남녀가 만나고 연정을 품는 단계를 넘어서서 집단의 인정을 받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자녀를 키워내며 함께 노년을 맞는 인생의 전 과정을 통해 그네들의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품게되는 오만가지 감정들은 그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시대 어떠한 문화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대의 인도에서나 서양의 중세에서나 [로미오와 줄리엣]이니 [러브스토리]니 하는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있어왔고 시대나 지역의 특수성이 상황에 약간의 차이를 줄 뿐, 감정의 본질에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즉, 남녀가 만나고 연애감정을 품는 정도에서 드러나는 타문화권간의 유사성은 그다지 주목할만한 가치를 갖지는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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