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우승의 기록
아큐는 성명이나 본적만 애매한 게 아니라 그의 이전 행장(行狀) 역시 모호하다. 왜냐 하면, 웨이좡 사람들이 아큐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라고는 그들에게 일손이 딸릴 때나 아큐를 곯려 줄 때뿐이므로, 여태 그의 행장 같은 것에는 유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큐 자신도 또한 말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말다툼할 때나 가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예전엔…… 네놈보다도 훨씬 잘 살았어. 네까짓게 뭐야!”
아큐는 집도 없이 웨이좡에 있는 토곡사(土谷祠)에서 살았다. 또 고정된 직업이 없이 여러 사람들 집에서 품팔이를 하였다. 보리를 베라면 보리를 베고, 방아를 찧으라면 방아를 찧고, 배를 저으라면 배를 저었다. 오래 걸릴 일이 있을 때는 임시로 주인 집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일이 끝나면 가 버리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쁠 때나 아큐를 생각했다. 그것도 날품팔이로서 기억하지, 행장 따위로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가할 때는 아큐 자체마저 모두 잊어 버리는 판국이니 행장 같은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한번은 어떤 늙은이가 “아큐는 일을 정말 잘 하는데!” 하고 칭찬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아큐는 웃옷을 벗어 붙인 채, 비쩍 말라서 볼품없는 꼴로 그 늙은이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참이었다. 다른 사람은 이 말이 진심인지 비꼬는 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는데, 아큐만은 매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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