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에도 보이지 않는 사회 윤리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에 의해 행동이나 사고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회 윤리와 가치관 역시 인간 활동의 문화적 소산이며 유산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 맞는 새로운 윤리 확립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를 규정하고 제약하는 인간관계와 윤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을까.
인류가 발생하여 공동생활을 하면서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규칙이 생겼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세련된 형태로 집대성하고 그 가장 핵심적인 것을 다듬어 낸 것은 지금보다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가 아니었을까 한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공자에 대한 수많은 專論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수많은 전론들이 바라보는 공자 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공자 사상은 봉건사상의 총화이며 극단적 보수 반동의 이데올로기라는 의견에서부터 가장 극단적이고 현실적인 혁명가라는 의견까지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더구나 공자의 그것은 박물관에 모셔 놓고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데 그치는 선조의 유물(heritage)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리의 곁에서 숨쉬고 있으며 우리의 행동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 가장 현재적인 것이기에 그 논쟁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그러나 공자 자신은 저서를 남긴 일이 없을 뿐더러 공자 사후 각종 공자 설화의 발전과 중국 사회의 변화에 따른 왜곡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이 공자 사상에 대한 논쟁은 그 정답을 가리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공자 사상에 현대적 가치를 부여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청산해야 할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뿐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