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댕이 말하는 진화법칙은 이렇다. ‘진화는 더욱 복잡해지면서 속이 깊어지는 운동이다.’ 그리고 ‘진화는 의식의 상승이면서 하나됨이다.’ 여기서 샤르댕의 독특한 관점은 ‘속’과 ‘하나됨’이다. 속을 말하면서 얼 에너지를 말한다. 그는 속과 얼을 말하기 때문에 일반 진화론자와 다르다. 얼과 넋은 물질이 복잡해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물질과 함께 있었다. 겉은 복잡해지면서 속은 깊어진다. 바깥에서 관찰하는 것만 가지고는 생명현상을 파악할 수 없다. 의식의 현상이 가장 높은 형태의 생명에만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오랫동안 과학은 우주형성문제에서 의식의 문제를 빼버렸다는 것이 샤르댕의 주장이다. 의식을 우주의 바탕에 집어넣고 따져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차원을 끼워 넣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의식은 우주전체에 그 기원이 있고 공간과 시간이 무한히 연장되어 있다. 사람에게 속이 있다면 처음부터 대자연 속에 속이 희미한 형태로나마 흩어져 존재했다. 우주의 바탕은 알갱이처럼 시간과 공간이 있으면서 동시에 속을 지니고 있다. 사물의 겉이 있는 만큼 속도 있다. 최초 시점에서부터 물질은 물질 이상이다. 세상을 일관되게 설명할 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샤르댕의 주장이다. 생명은 그보다 까마득히 앞선 ‘이른 생명’을 전제로 한다. 생명이 생기기전, 무기물은 생명이 아니지만 이미 ‘이른 생명’이다. 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진화단계는 이른 생명과 생명, 생각(사람) 그리고 다음 생명으로 이루어진다. 다음 생명이란 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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