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작/『고독한 청년』의 의미
조선작의 『고독한 청년』은 그의 문학세계에 있어서의 빼어난 진경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드디어 작가는 사색과 언어의 모색을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모색을 통해서 작가의 의도와 문체가 맞아떨어지는 교차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작을 신춘문예의 심사에서 여러 차례 미역국을 먹였던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그의 작품이 너무도 파격적으로 밑바닥 생활의 구질구질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서 오는 떨떠름한 감정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그의 첫 작품집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그려낸 하고많은 밑바닥 인생들은 70년대의 서울이 근대화를 치루면서 배설해 놓은 배설물 그 자체이다. 그리하여 그가 그려낸 70년대의 현실 자체는 단아하고도 정확한 문체로써는 도저히 표면화시킬 수 없는, 되돌아보기도 싫은 우리 시대의 치부(恥部)였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경제건설이라는 미명 하에 바람에 날리는 돈을 줍듯이 온통 물신화(物神化)로 치달리면서 허구헌날 배설해 놓은 서울 시민들의 분뇨와 정액의 하수관을 조선작의 가혹하고도 철저히 상식적인 문체가 들쑤셔 놓은 그 요란하고도 역한 냄새를, 과연 그 누가 코를 막으며 외면할 수 있으랴.
그러고 보면 그의 문학은 문학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도 가장 왜곡이 없는 삶의 반영으로서의 실재성(實在性)을 성취한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의 문학은 70년대에 우리의 배설물들을 처리해 주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변두리 인생들이 숨쉬고 느끼고 울고 웃으면서 살아가는 어설프고 오기에 차고 비뚤어지고 맥박이 뛰면서도 지루한 인생 자체이다.
그가 다루는 밑바닥 인생들은 너무도 가혹할 정도로 현실에 밀착한 나머지 때때로 그가 지엽말초적인 것만을 다루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그의 초기작 「성벽」(城壁)의 다음과 같은 도입부는 그가 소설의 기교나 언어의 절도보다는 소재의 파격적인 구질구질함에만 의존하는 소재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한몫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