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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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도종환의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눈물이, 떠난다는 생각을 얼핏 떠올렸을 때/얼마나 눈물이 쏟아지던지/애착이나 억울함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부정하고 부정해도 끝내 부정할 수 없는/우리의 마음 하나 아주 여리고/아주 작던 그래서 많이도 고통스러웠던/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그런 것 하나를/역시 버릴 수 없어서 아팠다.

 해직교사 시인 도종환(42)씨의 최근작 겨울 금강'의 한 대목이다. 지난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 햇수로 9년째를 맞는 처연하면서도 굳건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장인 그는 동료들과 함께 11일부터 다시한번 단식에 들어간다. 최근 확정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교직원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가/단식 농성장에서 병원으로 실려오는 차 안에서/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나이 사십에.//아름다운 세상 아, 형벌 같은 아름다운 세상 (도종환, 단식' 전문).

 지난 92년의 복직투쟁 당시 그는 단식 나흘째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지쳐 있는 내게 다가와/몰래 하나씩 먹으라고/김선생이 손에 쥐어 준/빠알간 대추 한 줌(대추')을 요령껏 먹었더라면 병원 신세를 지도록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이 그런 요령을 허락하지 않았다.

얼어붙은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간다/얼음 속에 갇힌 빈 배 같은 그대를 남겨 두고/나는 아직 살아 있어서 굽이굽이 강길을 걷는다/그대와 함께 걷던 이 길이 언제 끝날지/아직은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어/새벽의 바다에 이르렀음을 끝까지 믿기로 한다/내가 이 길에서 끝내 쓰러진 뒤에라도/얼음이 풀리면 그대 빈 배만으로도 내게 와 다오/햇살 같은 넋 하나 남겼다 그대 뱃전을 붙들고 가거나/언 눈물 몇 올 강가에 두었다 그대 물살과 함께 가리라 (겨울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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